“사장님, 회장님!”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연 매출 2000억 원에 달하는 주방용품 제국 ‘해피콜’을 일군 신화의 주인공, 이현삼 전 회장. 냄새와 연기 없이 생선을 굽는 ‘양면 프라이팬’ 하나로 대한민국 주방의 풍경을 바꾸고, 홈쇼핑 방송마다 매진 신화를 쓰던 그는 그야말로 ‘성공’의 아이콘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를 누비며 부와 명예의 정점을 달리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연 강원도 홍천의 깊은 산골, 공작산으로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의아해했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을 손에 쥐고 왜 모든 것을 버렸을까?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과 그 속에서 길어 올린 진짜 ‘성공’과 ‘행복’의 철학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었던 그의 진짜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Part 1. 성공 신화, 그 빛과 그림자
이현삼 회장의 성공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치열한 시장, 남대문 바닥에서 시작됐습니다. 경남 거창 산골 소년이 스물다섯에 무작정 상경해 배운 것은 손뼉 치고 발을 구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다다구리’ 판매 기술이었습니다. 그는 길바닥에서 장사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는 법을 체득했고, 붕어빵 틀에서 영감을 얻어 대한민국 주방의 혁명이라 불리는 ‘해피콜 양면 팬’을 개발했습니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습니다. 홈쇼핑 1시간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며 ‘해피콜 신화’의 서막을 열었고, 그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체득한 성공 법칙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해피콜 성공 7법칙]
1.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라.
2.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어야 한다.
3.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라.
4. 제품 개발은 쉼 없이 미리미리 준비해라.
5. 최고의 디자인과 최고의 디자이너를 찾아라.
6.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잘 팔아야 한다.
7. 마지막 5%까지 최선을 다해라.
이 원칙 아래 다이아몬드 코팅 프라이팬, 초고속 블렌더 등 내놓는 제품마다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어린 시절, 매일 비행기를 타는 것이 소원이었던 산골 소년은 마침내 전 세계를 무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성공한 사업가의 꿈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의 빛 뒤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사업 확장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 노사 갈등, 그리고 퇴직 직원의 고발로 시작된 3년간의 지독한 세무조사와 검찰 조사는 그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갉아먹었습니다.
“군대에서 얻은 동상과 사업 스트레스가 겹쳐 늘 몸살을 앓았어요. 체온이 35도까지 떨어져 한여름에도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못 틀고 가죽 점퍼를 입고 일했습니다. 밥도 못 먹고, 잠도 잘 수 없어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입에 달고 살았죠.”
성공의 정점에서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매일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불안장애, 저체온증, 원인 모를 피부병까지. 온몸의 순환이 막히자 피부에선 하얀 각질이 비듬처럼 끊임없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돈으로도, 명예로도 해결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가장 불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Part 2.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인생의 전환점, 공작산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렸을 때,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자연’이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강원도 홍천 공작산. 그곳에서 만난 한 심마니는 그의 퀭한 몰골을 보고 산삼 한 뿌리를 건네며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라고 권했습니다.
“황토와 나무로만 지은 집에 구들이 있었어요. 장작불을 잔뜩 지핀 뜨끈한 아랫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누웠던 그날 밤, 정말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약 없이 잠들 수 있었습니다.”
그날의 경험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는 몸이 아플 때마다 공작산을 찾았고, 자연 속에서 채식을 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온돌에 몸을 맡기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거짓말처럼 그의 몸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인생을 뒤흔드는 깊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아무리 좋은 보약도 자연생활보다는 못합니다. 그런데 그 자연의 맑은 공기와 물도 못 이기는 게 바로 스트레스예요. 제가 바로 그 산증인입니다.”
건강을 위해 잠시 쉬어가던 공작산행은 점점 그의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돈과 성공만을 좇던 이전의 삶을 지속할 수 없음을 직감했습니다. ‘무엇이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가?’라는 근원적인 질문 앞에, 그는 마침내 거대한 결단을 내립니다.
2016년, 그는 평생을 바쳐 일군 해피콜을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결정합니다. 인수 조건으로 ‘연봉 100억 원의 CEO직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지만, 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습니다.
“살고 싶었습니다. 살기 위해서 무조건 일을 그만두고 싶었어요. 나 자신조차 살기 위해 버리려고 하는 그 길을 어떻게 내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가라고 하겠습니까. 그건 못 하죠. 안 될 일입니다.”
그렇게 그는 2000억 원의 가치를 지닌 ‘해피콜 신화’를 스스로 내려놓고, 자신을 살려준 생명의 땅 공작산으로 완전히 터전을 옮겼습니다.
Part 3. ‘공작산 농부’ 이현삼, 진짜 행복을 일구다
현재 이현삼 전 회장은 5만 평에 달하는 공작산 자락에서 ‘농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4명의 형제와 그 가족들이 모여 ‘독수리 5형제’의 보금자리를 꾸리고, 양봉을 하고 버섯과 약초를 키우며 ‘일이 아닌 놀이’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그의 변화된 삶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천연 비누 ‘사안(SAAN)’ 개발 과정입니다. 과거 자신을 괴롭혔던 피부병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에서 가장 건강하고 정직한 비누’를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로 시작한 일입니다.
비누의 원료가 되는 천궁, 당귀, 장뇌삼 등 수십 가지 약재를 농약 없이 직접 키웁니다. 비누를 굳히기 위해 쓰는 화학응고제(가성소다) 대신, 직접 구운 죽염을 사용합니다. 원료를 키우는 데 2~3년, 비누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또 1년이 걸립니다. 개당 5만 원에서 12만 원에 팔아도 인건비는커녕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 일입니다.
“이건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돈은 이제 죽기 전까지 쓸 만큼은 있으니, 이윤을 남기기보다 내가 만족하고 내 가족이 만족하는 최선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써보고 싶었습니다.”
과거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최대의 이윤을 남기는’ 사업가에서, 이제는 ‘최고의 가치를 위해 과정의 즐거움을 누리는’ 농부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입니다.
결론: 당신의 ‘해피콜’은 무엇입니까?
이현삼 회장은 자신의 지난 삶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돌아보니 저는 남들보다 빠르게 살았고, 그만큼 빠르게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성공하고도 (마음이) 가난할 뻔했죠.”
과거 그에게 행복은 ‘사업의 성공’이라는 결과와 동의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재밌게 사는 것’이 진짜 잘 사는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농약을 치지 않은 사과나무 50그루에서 병충해를 이겨낸 단 10개의 사과를 수확해도 마냥 행복하다고 웃습니다. 그는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기쁨과 행복은 정상에 오르는 결과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요. 인생은 100미터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1등 하면 뭐 합니까. 중간중간 자기 몸을 돌보며 즐겁게 완주하면, 그게 잘 산 인생이고 그게 진짜 행복입니다.”
성공의 정상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간 남자, 이현삼. 그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그토록 좇는 성공의 끝에는 진짜 행복이 있습니까? 당신의 삶에 진정한 ‘해피콜(Happy Call, 행복한 부름)’은 무엇입니까? 그의 삶은 속도가 아닌 방향, 소유가 아닌 과정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