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의 정치 차차차: 이인제 의원과의 심층 대화 분석

윤여준의 정치 차차차: 이인제 의원과의 심층 대화 분석

백전노장 이인제의 촌철살인, 8년 전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2016년 2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둔 대한민국 정치권은 그야말로 안갯속이었습니다.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해 필패의 그림자가 짙었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압승을 자신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공천 갈등이라는 내부 균열이 감지되던 시기였죠.

바로 그때, MBN ‘윤여준의 정치 차차차’에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수많은 선거를 치르며 얻은 ‘백전노장(百戰老將)’, 그리고 놀라운 정치적 생존력으로 붙은 ‘피닉제(피닉스+이인제)’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 바로 이인제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습니다. 그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당시 정치판의 핵심을 꿰뚫는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의 발언을 다시 꺼내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단순한 정치 평론을 넘어, 마치 미래를 보고 온 듯한 그의 예언들이 소름 돋을 정도로 현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2016년 2월 23일, 이인제 의원이 풀어놓은 정치 분석이 왜 ‘명품 예언’으로 회자되는지 그 내용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1. “그들은 절대 손 못 잡는다” 야권 통합론에 내린 사망 선고

당시 정치권 최대의 관심사는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극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지 여부였습니다. 많은 언론과 평론가들이 ‘그래도 선거를 앞두고는 합치지 않겠는가’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을 때, 이인제 최고위원은 단호하게 ‘불가능’을 선언했습니다. 그의 논리는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습니다.

가. 김종인과 안철수, 건널 수 없는 강

이 최고위원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결코 안철수 의원과 손잡을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 근거는 두 인물의 본질과 당내 역학 관계를 꿰뚫고 있었습니다.

첫째, 김종인의 인식입니다. 그는 “김 대표는 국민의당에 대해 ‘근본도 없는 당’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감정적인 비난이 아닙니다. 박정희 시절부터 정치를 시작해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김종인의 눈에, 국민의당은 정통성이나 정치적 뿌리가 약한 집단으로 보였고, 그런 집단과 손을 잡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둘째, 정치적 생명의 문제입니다. 이 최고위원은 “그런 김 대표가 국민의당과 손을 잡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명분 없는 통합은 결국 책임 공방으로 이어지며, 평생을 정치판에서 보낸 노장에게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될 것이라는 냉철한 계산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셋째, 친노(親盧) 세력의 강력한 반발입니다. 그는 “김 대표가 설사 안 의원과 손잡으려 한다고 해도 친노 세력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주류였던 친노 세력에게 안철수 의원은 ‘당을 깨고 나간 배신자’와 다름없었습니다. 그들과의 연대는 당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었기에, 설령 김 위원장이 원했더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였던 퓨것입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의 예언대로 야권 통합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종인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을 이끌고 예상을 뒤엎는 123석을 확보하며 원내 1당이 되는 기염을 토했고, 안철수의 국민의당 역시 38석을 얻는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성공적으로 제3당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인제의 분석은 정확했습니다.


2. “실세는 없고 완장부대만 있다” 여권을 향한 아픈 내부 총질

이인제 최고위원의 날카로운 칼날은 자신이 속한 여당, 새누리당에도 예외 없이 향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180석까지 넘보는 압승 분위기에 취해있었지만, 그는 그 안의 심각한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가. ‘진박 마케팅’과 ‘완장부대’를 향한 일침

그가 던진 가장 충격적인 발언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실세는 없다. 완장부대만 있을 뿐이다.”

‘완장부대’라는 이 한 단어에는 엄청난 비판이 함축되어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권력에 기대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할 뿐, 국가와 당에 대한 책임감이나 비전을 가진 진정한 실세는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는 YS(김영삼) 시절의 최형우, DJ(김대중) 시절의 권노갑 같은 인물들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들은 대통령의 뜻을 정확히 읽으면서도, 때로는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직언할 수 있는 무게감을 가진 ‘책임지는 실세’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와 당에는 대통령의 심기만 살피는 사람들만 가득할 뿐, 쓴소리를 하는 인물이 전무하다는 뼈아픈 지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완장부대’의 행태는 ‘진박(眞朴) 마케팅’이라는 기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공천을 받기 위해 너도나도 “내가 진짜 친박이다”라고 외치며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경쟁하는 모습에 대해, 그는 “대통령과 가깝다고 주장하며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인제의 우려는 참혹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진박 마셔팅’과 ‘완장부대’가 주도한 공천은 ‘옥새 파동’과 같은 막장 드라마로 이어지며 국민들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결국 새누리당은 압승은커녕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습니다. 그가 경고했던 내부의 암 덩어리가 결국 당 전체를 무너뜨린 것입니다.


3.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 시대를 관통하다

이인제 최고위원의 2016년 분석이 오늘날에도 빛을 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의 분석이 눈앞의 현상이나 여론조사 수치에만 매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정치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동력, 즉 ‘권력의 속성’, ‘정치인의 본능’, 그리고 ‘당내 역학관계’라는 세 가지 변수를 통해 판을 읽었습니다.

  • 김종인-안철수 연대 불가를 예측한 것은 두 거물 정치인의 자존심과 정치적 생존 본능을 정확히 꿰뚫었기 때문입니다.
  • 새누리당의 위기를 경고한 것은 권력 주변에 직언하는 사람이 사라지고 아첨하는 ‘완장부대’만 남을 때 그 권력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지는지를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2016년 총선은 그의 예언대로 흘러갔습니다. 야권은 분열했지만 각자 살아남았고, 철옹성 같던 여당은 내부의 교만과 갈등으로 자멸했습니다.

8년 전 한 ‘백전노장’ 정치인이 던졌던 촌철살인의 진단은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과정, 권력의 비정함, 그리고 정치의 생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와 같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 현상 속에서 본질을 꿰뚫어 보는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의 말은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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